중소기업 경영난 심화우려
골판지 박스의 원지 제조회사들이 최근 덩달아 가격인상을 단행하거나 예고하면서 중소 포장사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제조원가에 포함시켜 골판지 박스를 인상된 가격에 유통대기업에 납품해야 맞다. 하지만 ‘을’의 입장인 영세 중소기업이 슈퍼‘갑’인 대기업에 가격 인상을 요구할 수 없어‘진퇴양 난’에 처해있다.
이달 6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제지업계에 따르면 골판지 박스의 원지를 만드는 태림페이퍼,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한솔페이퍼텍 등 공급 업체들은 최근 18~21%의 가격 인상을 했거나, 이달 중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인상을 확정한 업체의 전체 시장점유율은 85% 수준이다. 대부분 업체가 가격을 올린 것이다.
골판지 원지 가격 인상은 3년전 코로나19로 택배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대양제지 공장 화재로 공급량이 줄었고, 중국이 골판지 원지 핵심 원재료인 전세계 폐지를 대량 수입하며 한차례 인상시기를 겪은 바있다.
올해의 경우 국내 폐지 수거량은 비슷한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홍해 이용 선박 감소로 동남아시아에 갈 유럽산 폐지가 줄고, 그 자리를 한국 폐지가 대체하면서 폐지 수급 부족 사태가 빚어진데다 인건비·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골판지 원지 업체들이 실적 악화를 명분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제조원가 인상분 납품단가에 반영 못해
문제는 원재료를 공급하는 골판지 원지 업체와 생산된 골판지 박스를 공급받는 제조·유통 대기업이 아닌 그 중간에 끼인 영세 중소 포장업계가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골판지 원지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시장 논리에 맞춰 골판지 박스 생산 영세 중소업체도 가격을 올려 최종 박스 상품을 제조·유통 대기업에 공급하면 되지만 그간 암묵적으로 가격을 원재료 인상에 맞춰 올리지 못했다.
가격 인상 요구를 했다가는 아예 골판지 박스 납품이 끓기는 등의 역효과가 발생했기 때문 이다.
지난해 시행된 납품대금연동제는 최종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 값이 20% 이상 인상되면, 납품대금의 재협상 없이 원재료값이 오른 만큼 인상되도록 했다. 다만 수요업체와 납품업체가 합의하면 연동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독소조항이 있다.
때문에 을의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 인상분으로 요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영세 중소 포장사들은 대기업 요구를 거절하면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납품대금연동제 적용을 중소기업 중앙회와 중기부, 여론전 등을 통해 호소할 정도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신봉호 전무이사는“업계간 상생협력 차원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과‘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 급법)’에 따라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골판지 원지 가격이 약 20% 이상 인상한 만큼 대기업 등 수요기업에 골판지상자 납품대금 연동 반영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