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초 부산에서 개최된 정부 간 교섭위원회에서는 참가국 간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못해 플라스틱 사용의 억제를 위한 조약 체결은 미루는 것으로 합의됐다.
이번 협상에는 총 178개 유엔회원국 정부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및 각종 산업계 대표자 등 총 3,000여 명이 참석, 결과 도출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생산단계부터 규제를 희망하는 유럽연합과 원료인 원유를 보유한 러시아나 중동국가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관측된다.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1970년대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한 이후에 계속 증가해왔다. 매년 바다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규모는 900만 톤에 이른다고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측에 의하면 이대로 가다간 2060년에는 2019년의 약 2.7배 수준인 12억3100만 톤으로까지 사용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조약의 체결이나 각국의 자체적인 규제의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도 플라스틱 감축 노력
이웃나라 일본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에 따르면 일본의 국민 1명당 1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 수준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6월 27일 자원순환과 경제성장의 양립을 목표로 하는 ‘순환경제’ 강화를 위해 일본의 사업자에게 재생 플라스틱 이용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르면 2025년 통상 국회에서 자원 유효 이용 촉진법을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상황인데, 올해 촉진법이 개정될 경우 업종마다 재생 플라스틱 사용 목표량이 주어지며, 사용실적의 보고가 의무화된다고 나고야 무역관이 전했다. 목표에 미달할 경우, 개선을 권고 및 명령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 조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일본 내 플라스틱 제품 연간 사용량은 약 910만 톤(2022년 기준)으로 추정되는데, 포장용기 분야 44.7%, 전기, 전자기기 15.4%, 자동차 12.6%, 건축자재 10.8% 순이다.
일본 환경성은 지난해 8월 26일 총 7개의 실증사업을 승인했다. 폐플라스틱을 분쇄하여 만든 원료로 자재 제작 등에 활용, 포장용기에 활용되는 플라스틱 필름을 재활용, 해양 등에 폐기되는 플라스틱 감소를 위해 자연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증사업이 이행되며, 환경보호와 함께 플라스틱 제품의 순환경제를 달성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유럽의 플라스틱 규제 강화..자동차 업계 변화
특히 산업분야에는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법안이 실행돼 수출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례로 나고야무역관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유럽위원회는 2023년 신차 생산에 투입되는 플라스틱의 25%를 재생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규칙안을 공표했다. 규제 실제 도입 시기는 2031년으로 예상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유럽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어 일본 내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일본과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에 대해 2030년까지 재생 소재 채택율을 차량 중량 기준 30% 이상으로 높이고, 스바루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25% 이상을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다.
혼다는 미쓰비시 케미컬, 도레이와 협력하여 재생 플라스틱의 강도를 통상 플라스틱 제품과 동등하게 만드는 사업을 이행하고 있다. 닛산은 프랑스 르노와 협력하여 폐차 EV 부품을 재생 플라스틱으로 환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다만 현재 기준 일본 자동차 업계는 재생 플라스틱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나고야 무역관이 전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일본 환경성이 중심이 되어 일본자동차 공업회(도요타, 혼다 등이 소속된 협회), 플라스틱 순환 이용 협회(아사히카세이, 스미모토 화학 등 일본 화학제조회사가 소속된 협회), 리사이클 사업자, 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는 조직을 구성하였다.